내 작품은 한올 한올 섬유를 붓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림이냐 천이냐 묻는 사람이 많지만 모두 그림이다.
캔버스위에 단색으로 섬유의 모습을 수직과 수평의 반복된 십자 형태로 그려 먼저 기본 바탕의 형태를 이룬다.
직선의 교직을 첩첩이 고행을 통해 그리면서 작은 면과 면이 이어지는 수많은 선은 선이라는 관계를 통해 자신의 미묘한 심경을
내비칠 수 있는 변화의 마음을 담았다. 같은 선의 반복이지만 선의 색감은 그때 마다 조금씩 다르다.
기계가 아닌 인간의 손놀림이 시시각각 순간의 마음이 내포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해선 과정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작품에는 고스란히 변화를 향한 인내의 과정이 담겨있다. 자신과의 싸움으로 사투하는 삶의 여정이 담겨
점점이 성화과정으로 바탕을 채워갔다.
겸손이 자아를 내려놓으며 섬유의 모습으로 채워진 캔버스위에 긍정의 사고로 변화된 모습을,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꽃과 풀들을 입히면서 삶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피조물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창조자를 향한 열망이라는 것을 자연을 통해 이야기하며 삶의 소망이 본향을 향한 기도로 이어져
언제나 승화된 삶의 기쁨을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였다.
또한 평면 위에 만져지는 듯한 시각의 혼돈을 위해 질감의 형태를 빚는 붓의 놀림은 반복되어지는 인내를 미로써 승화하고자
한국적인 고유의 빛에 충실했음을 고백한다.
삼베옷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민의 대표적인 옷감이었다.
그런 서민의 삼베 색채가 아름답게 보여질 수 있다는 지극히 소박하며 한국적이고 순수한 미학으로 표현했으며,
한복이나 동양적인 그림을 캔버스 위에 접목시켜 섬유로 보이는 서양화의 또 다른 만남을 구현하고자 일관된 성화 과정을 추출하였다.
수직과 수평의 끝없는 십자는 깊고 넓은 깨달음과 헤아림이 동시에 이뤄져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랑과 자비가 함께 공존하는 신의 모습이다.